"카라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외모, 분명 성공할거예요" 한국 걸그룹 카라가 일본 메이저 데뷔를 확정하고 곡 발표를 위해 열린 합동기자회견에서 만난 20대 여성팬은 이렇게 말했다.
2007년 3월, 4인조 여성그룹으로 데뷔한 카라는 5인조로 재정비를 하고 2008년부터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하더니, 2009년에는 내놓는 곡마다 히트,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대표 여성 그룹으로 떠올랐다.
노래 인기는 물론, 멤버 각각 개성있는 외모와 실력을 갖추고 있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친근감으로 '제 2의 핑클'이라고도 칭해지고 있는 그녀들.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는 일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 일본 메이저 데뷔 기자회견 및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일본 찾은 카라 ©jpnews/ 幸田匠 | |
인기에 결정적인 불을 지핀 것은 일본의 개그맨 겸 탤런트 게키단히토리의 남다른 카라 사랑이다. 게키단히토리의 부인은 일본 연예인 중에서도 공개적인 한류팬 오사와 아카네. 아내의 영향으로 한국 가요에 관심을 갖게 된 게키단히토리는 카라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때부터 카라에게 맹목적으로 빠져든 게키단히토리는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몇 번이고 카라를 소개했고, 무작정 한국 카라 소속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등 일본 서포터를 자청했다. 일본 유명 연예인의 홍보 효과는 대단하여 '도대체 카라가 누구길래'하며 찾아본 사람들이 하나 둘 팬이 되기 시작했고, 카라는 일본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되었다.
인기를 바탕으로 2010년 2월, 한국여성 그룹 중 최초로 카라는 일본에 방문하여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당시 티켓이 발매되자마자 매진이 되었고, 긴급 추가 공연을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일본 내 한류 매니아만으로도 가능한 일.
'카라는 정말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걸까?' '누가 카라를 응원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 카라 기자발표회에 모인 보도진 ©jpnews | |
8일, 도쿄 아카사카에는 카라를 직접 보기 위해 약 1000명의 팬이 몰려들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배 나온 아저씨들까지 다양한 팬층이었다. 이 날은 카라의 메이저데뷔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자회견. 일본의 각종 미디어가 모여 100명 이상은 족히 넘는 이들이 몰렸다.
넓지 않은 연회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이벤트 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붙어있는 카라 포스터만 보고서도 환호를 질렀다. 손에는 각자 좋아하는 멤버 이름이 적힌 응원 부채를 들고 있었다. 얼핏 눈에 많이 띄는 이름은 '니콜'과 '지영'. 특히 어린 여성팬들이 니콜 이름이 적힌 부채를 많이 들고 있었다. 남성팬들은 역시 구하라의 팬이 많았다.
한국 유학 당시 카라를 알게 되었다는 남성은
"kbs 스타골든벨을 봤는데, 그 때 카라 멤버 중 니콜이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것을 봤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개인적으로는 구하라를 제일 좋아한다. 요즘은 케이블방송으로 청춘불패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악은 리듬감이 있고, 한국 가수들은 노래도 잘하고, 댄스도 훌륭하다. 카라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미스터. 귀여웠다"는 감상을 전했다.
여대생 여성팬들도 눈에 띄었다. 각자 니콜과 지영 이름이 적힌 부채를 만들어 들고 왔다. "카라 이외 다른 그룹은 싫다"고 말할 정도로 대단한 카라 사랑을 보여준 그녀들은
"한국 가요는 귀에 쏙쏙 들어오고, 멜로디가 계속 기억에 남아 흥얼거리게 된다.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카라 이벤트장에 모인 팬들은 남녀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다. 이제까지 한국 스타를 좋아하는 팬 층이 대부분 여성인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남성 관객도 청소년 층에서부터 중년층까지 골고루인 점도 눈에 띄었다. 관객 반 정도가 남성으로 가득차자 평소에 듣던 함성소리와는 다른 굵직한 함성이 들려왔다.
이벤트 시작 시간이 되자, mc가 등장하여 카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5월 7일 나리타 공항 입국 현장 영상이 흘렀다. 공항에 마중나가는 팬까지 있는 것은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스타라는 증거.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팬은 아니었지만, 선물을 들고 마중나온 팬이 꽤 있었다.
▲ 카라 등장에 이벤트장이 떠나갈 듯 함성이 울려퍼졌다 ©jpnews/ 幸田匠 | |
이어 카라는 아이보리 컬러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관객쪽에서는 이벤트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지고 카라는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원래 일본에 관심이 많았다는 지영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신기하다. 믿을 수 없다"고 말했고, 리더 박규리는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한층 자연스러워진 일본어를 선보였다.
아직 간신히 묻고 대답할 수준의 일본어였지만, 카라는 계속 틀리면서도 일본어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질문은 일단 통역을 통해 한국어로 듣더라도, 간단한 단어와 문법을 사용하여 일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전달이 안될 때도 있었지만, 틀린 문법은 객석에서 관객이 고쳐주기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기억에 남는 일본어가 있냐는 질문에도 조금씩 벗어난 답변투성이였다. 지영은 "전 일드에 빠져있어요", 규리는
"일드 '프라이드'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기무라 다쿠야를 좋아합니다. 아, 그리고 이 말은 ss501 정민 씨한테 배운 말인데 '아 난 왜 이렇게 이쁜 거야(私は何でこんなに美しいんだろう)' 호호" 자신이 먼저 웃어버렸다.
멤버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라가 좋아하는 일본 음식은 규동(소고기덮밥). 멤버 지영부터 규동, 찰떡 아이스크림, 스시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는데, 각 멤버들이 규동을 빼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말하게 된 구하라는
"카라는 고기를 정말 좋아해요. 일본 음식 다 좋아요!"라고 말해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카라는 올 여름 일본에서 데뷔할 곡을 들고 다시 한 번 무대에 나섰다. 힙합 스타일 바지에 늘어뜨린 멜빵. 허리를 시원하게 드러낸 탱크탑. 지난해 한국을 엉덩이 댄스 열풍에 빠지게 했던 그 곡. '미스터'였다.
▲ 히트곡 '미스터'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카라 ©jpnews/ 幸田匠 | |
데뷔곡 발표가 되고, 카라가 미스터를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왔다. 후렴구를 따라하기도 하고, 간주 부분을 찾아 멤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맞춰 부르는 등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
일본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이라면 멤버가 40명 이상인 akb48를 꼽을 수 있다. akb48의 인기비결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친근감. 공연장에 매일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점과 노래 안에 팬이 응원구를 넣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다.
간주가 흐르는 동안 akb48 팬은 응원 구호를 외치며 하나가 되는 느낌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이 akb48에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카라의 히트곡 '프리티걸', '허니', '미스터' 등도 대부분 후렴구가 반복되고 가사와 가사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팬들이 응원 함성을 넣을 수 있다. 카라 팬클럽 사이에서도 이미 응원구호가 정해져 있는 듯 했다.
여기에 부족한 일본어라도 카라가 계속 일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토크쇼 중 튀어나오는 장난끼,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욱 팬과 가까운 느낌을 주는 듯 했다.
▲ 남녀노소 다양한 팬층이 카라 팬의 특징 ©jpnews/ 幸田匠 | |
공연을 마치고, 악수회가 시작될 즈음 20대 여성팬에게 감상을 묻자
"너무 귀여워요. 흥분했어요. 노래도 좋고, 멤버들이 내츄럴해서 좋아요. 특히 카라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외모인 것 같아요. 일본어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일본에서 성공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한편, 카라 기자회견장을 찾은 한 관객은 행사를 진행한 주최 측에 실수가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좁은 공간에 이 많은 사람들을 몰아넣고, 앞쪽에 기자석을 배치한 것은 일본 공연 문화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흥분한 팬들은 점점 앞으로 쏠리기 마련인데, 앞에 의자를 늘어놓으면 어떡하느냐. 이러다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카라 이미지도 안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 친근한 매력으로 일본팬에게 다가가고 있는 카라 ©jpnews/ 幸田匠 | |
한 번 좋아하게 된 스타는 30대가 되어도, 40대가 되어도 꾸준히 사랑하고 응원하는 일본팬. 남녀노소 팬층이 골고루 분포해 있고 열광적인 팬이 많은 카라는 팬들의 말처럼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일본 활동을 기대하게 된다.
▲ 일본 메이저 데뷔를 앞두고 있는 카라 © jpnews/ 幸田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