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 층에 한국 아이돌그룹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tv를 켜면 케이블 채널에서 주류를 이뤘던 이전과는 다르게, 공중파 채널에서도 한국 아이돌그룹의 소개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라이브 무대와 토크쇼 등에 한국 아이돌그룹이 등장해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일본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4월 상륙한 kara와 4minute은 성공적으로 일본 데뷔를 성사시켰다. 8월에는 한국 대표 여성 아이돌그룹 '소녀시대'가 일본 진출을 결정지었고, 이번 달 25일에는 대형 음반기획사 '소니뮤직 재팬'을 통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첫 앨범이 발매된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제 k-pop의 열기가 '상승'을 넘어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동방신기가 전례 없이 많은 인기를 얻으며 k-pop의 인기를 몇 단계 '상승' 시켰다면, 그 뒤를 따른 후발 아이돌그룹들이 일본 젊은 층에 그 인기를 '정착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동방신기를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동방신기를 뺀 가수들로만 집계해도 cd 등의 매출이 2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이 같은 열기에 '타워레코드', 'hmv' 등 일본 음반 전문점은 k-pop 홍보 및 판매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타워레코드는 5월부터 6월에 걸쳐 'k-pop revolution'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모든 점포에서 개점 후 처음으로 k-pop 전문 코너마저 따로 설치했다.
일본 시사주간 '아에라'(7월 12일자)는 음반회사 관계자의 말과 함께
"최근 일본 팬들은 k-pop을 들으며 j-pop과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k-pop을 듣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k-pop을 j-pop과 '따로따로' 취급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라고 보도했다.
또
"kara와 4minute을 필두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한국 걸그룹이 일본 최고의 여성 아이돌그룹 'akb48' 팬층인 남성팬들마저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 젊은층은 왜 한국 아이돌그룹의 매력에 빠지는 것일까?
아에라는 한 한국 음악평론가의 코멘트를 빌려 '일본 젊은 층이 한국 아이돌그룹에 빠질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로
'가창력', '댄스실력', '비쥬얼'을 꼽았다.
일본 음반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날카롭다. 소녀시대를 담당하는 유니버셜뮤직의 다카세 씨는 아에라의 취재에 다음과 같이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k-pop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후크송(후렴부분에 인상적인 멜로디나 가사 반복 등을 삽입한 노래)이 일본 젊은 세대의 감각에도 맞습니다. 몇 번을 들어도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죠." 같은 회사에서 남성 6인조 그룹 초신성의 홍보를 담당하는 가즈모토 씨는
"한국 아이돌그룹은 뛰어난 무대 장악능력과 가창력, 곡을 소화할 수 있는 창조성, 아이돌로서의 상품성, 아시아 모든 시장에 전개할 가능성까지 모두 지니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k-pop의 '일본 시장 장악'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다.
"현재 일본 음악 시장에서 k-pop이 인기를 끌고 있는 움직임은 1980년대 영국의 듀란듀란, 컬쳐클럽, 카자구구 등 아이돌적인 느낌이 강한 밴드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그것과 닮았습니다. 그때처럼 한국 아이돌그룹의 음악이 일본 시장을 석권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이돌그룹을 필두로 한 k-pop이 일본 시장에서 주류로서 정착하는 그날이 올 수 있을까.
"일본 음악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숨결이 느껴진다"라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 아에라는 그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소녀시대가 상륙하는 8월에 그 대체적인 향방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소녀시대는 지금까지 일본 시장에 문을 두드려온 kara, 4minute와는 급이 다르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여성 아이돌그룹인 것이다.
그들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넓혀질 수 있지만, 일본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실패한다면 언론에
"한국 최고의 아이돌그룹이 일본 시장 공략에는 실패했다"며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말그대로 향후 k-pop의 영향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인기를 얻고있는 일본 여성 아이돌그룹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며 소녀시대의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혹자는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상승'을 지나 '정착'을 넘어 '석권'에 이르기까지. 8월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에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는건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