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샤이니. 동방신기 팬이 가장 많구요. 최근엔 장근석도 엄청 인기예요"
한 손에는 샤이니 민호 얼굴이 새겨진 부채를 들고 최근 인기있는 한국 스타들에 대해 무엇이든 척척 대답하는 그녀들은 아직 볼에 통통한 젖살이 그대로인 도쿄의 여고생들이었다.
일본 10대를 중심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나 방송분을 보고 한류팬이 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는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완전히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서 10대들은 시간날 때마다 찾아보고 한국 아이돌 신곡을 줄줄 꿰고 있다.
같은 클래스에 한류 아이돌 팬이 한 명 있으면 그 친구를 통해 곡을 소개받은 친구가 동영상을 보고, 곡을 다운로드하면서 팬이 급속도로 늘어난다. 이제까지 기자가 만났던 한류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 팬들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서 신곡을 접하고 한국 아이돌만의 파워풀함에 반해 팬이 되었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류 유입 속도는 거의 실시간이 되고 있다.
초, 중, 고등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낮시간에 하는 한류드라마도 인기다.
새로운 한류팬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10대를 겨냥한 것인지 요즘 일본 tv 낮시간에는 '궁'과 '미남이시네요' 같은 만화같은 러브스토리가 방영되고 있다. '궁'은 일본 내에서도 이미 재탕, 삼탕 방송이지만 '미남이시네요'에 나오는 세 남자, 장근석, 정용화, 이홍기는 10대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고,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미남 폐인, 미남앓이를 하게 하고 있다.
한류 드라마의 파워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것이고, 최근엔 각 방송사들이 버라이어티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kbs 외주제작국장을 지낸 현 kbs 월드 윤명식 사장은
"한류드라마에는 이미 많은 한국인의 특징이 농축되어 있지만, 한국 노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까지 이해한다면 한류가 완성될 것이라고 본다"며 버라이어티에 힘을 쏟을 것을 알렸다.
특히, 소녀 아이돌의 농촌 체험이라는 메세지가 있는 버라이어티 '청춘불패'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자신있게 내놓는 작품이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높은 소녀 아이돌이 7명이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은 물론, 농촌이라는 배경은 남녀노소 향수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 청춘불패 홍보차 이벤트에 나선 시크릿, f(x), 샤이니 등 멤버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지난회에는 청춘불패 7명의 아이돌 g7이 홋카이도 비에이 마을에서 농업과 낙농을 배우고, 일본인과 교류하는 모습을 그려 감동을 주었다. 청춘불패 홋카이도 편 방영을 앞두고 더 많은 팬들에게 방송을 알리기 위해 2일, 샤이니, f(x), 시크릿 등 세 그룹이 도쿄를 찾았다.
도쿄국제포럼 5000석은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티켓은 공연이 결정되고 판매되자마자 거의 매진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1년 전부터 꾸준히 일본 활동을 해 온 샤이니 팬이 많았지만, 세 팀 모두 데뷔한지 얼마 안된 그룹인데도 불구하고 매진을 기록한다는 것은 일본내 한국 아이돌 파워를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팬들은 mp3 플레이어에 담긴 아이돌의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들뜬 모습이었다. 각자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이나 얼굴, 메세지가 담긴 응원도구를 잔뜩 싸들고 오기도 했다.
▲ 한류아이돌 공연에 몰린 사람들- 한류층이 매우 젊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 jpnews/hiroki yamamoto | |
얼핏 보기에도 관객의 반 정도는 학생으로 보이는 10대, 20대 초반 팬들이었다. 기자가 만난 여고생 팬들은
"학교에서도 케이팝을 즐겨듣는 학생들이 많고,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한국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신곡을 파악한다"며 일본에서 한번도 공연한 적이 없었던 시크릿의 노래를 따라할 정도로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들이 응원하는 그룹은 샤이니. 그 중에서도 태민, 민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라이브 무대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유튜브를 통해 매일같이 샤이니 무대를 보고 있다는 그녀는
"열심히 하는 모습, 순수함, 착하고 친절한 느낌이 좋다"고 말하며 볼을 붉히기도 했다.
본 공연은 약 두 시간에 걸쳐, 세 아이돌 그룹의 공연과 토크쇼, 청춘불패 하이라이트 영상 등으로 꾸며졌다. 일본 팬들은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할만큼 열성적이었다.
실제 청춘불패 고정멤버로 출연하며 농사 일을 배우고 있는 빅토리아와 한선화는
"사실 멤버들 누구나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라며 가장 참기 힘든 일로, 한선화는 동물 배설물 치우기를, 빅토리아는 벌레와의 싸움을 들었다.
청춘불패 게스트로 등장했던 온유, 민호도 스테이지에 등장하여 청춘불패 촬영추억을 밝혔다. 한선화는 당시를 "g7멤버들은 남자 게스트만 온다고 하면 난리가 날 정도로 좋아한다. 그냥 좋은 것도 있지만 농사일이 힘든일이 많은데 남자가 오면 많이 도와줄 것 같아서"라고 말하자 민호는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너무 추운 날이었는데 하루종일 삽질하고, 미꾸라지 잡고.. 밤에 추워서 잠을 못잤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공연 무대에서는 시크릿이 '매직' 등 2곡을, f(x)가 nu예삐오 등 2곡을, 샤이니는 '줄리엣' 등 3곡과 앵콜무대에서 2집 타이틀 '루시퍼'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무대가 막을 내리고도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 달아오른 열기를 쉽게 식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 한국 아이돌에 성원을 보내고 있는 일본팬 ©スカパーjsat株式会社 | |
각자 개성이 뛰어나고 실력있는 그룹이지만, 당대 최고 아이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더 값진 무대였다.
한류 유입 속도가 빨라진 요즘, 10대 팬들을 위한 아이돌 시장은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인다. 각 그룹별 라이브도 좋지만 아이돌 그룹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대형 콘서트가 정기적으로 열린다면, 10대 한류 아이돌 시장은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 청춘불패 인 재팬 이벤트에 흥분한 관객들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