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이벤트에 참석중인 카라 ©jpnews /kouda takumi | |
최근 일본에서도 정보 와이드쇼 톱뉴스는 인기 아이돌 카라의 소속사 계약해지 신청문제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주목하고 있던 아이돌인데다, 동방신기 이후 두번째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라 사태의 주요쟁점이 일본에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연예시스템에 대해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 중에서도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연예인 이적이 많지 않고, 트러블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정말 그런가'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한국 연예계는 아이돌부터 중년 연기자까지 계약문제로 바람잘 날이 없다. 서로간의 맞고소로 번지는 일도 허다하고, 때가 되면 소속사를 옮기거나 자신이 직접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는 등 '뜨면 옮기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한가. 겉으로 드러나는 소속사와 연예인 문제는 한국보다 현저히 적은 편이다. 그러나 화제가 되지 않을 뿐, 일본에서도 소속사와 연예인의 크고 작은 트러블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소속사 트러블은 요코하마 국립대 출신의 지적인 그라비아 아이돌, 탤런트 마나베 가오리 사건이다.
2009년 12월, 마나베 가오리는 불신관계 등을 이유로 소속사 아비라에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소속사는 진행된 스케줄을 이행하지 않았고, 남은 전속기간 동안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3억 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마나베 카오리는 '내가 3억 엔이나 벌고 있었냐'고 분노하며, 일부 신문, 잡지에 소속사의 비리를 폭로했다. 소속사는 성접대가 평범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연예인이 임신을 하면 중절수술을 요구받으며, 회사에서 탈세를 하고 있어 그 돈은 성접대한 연예인에게 용돈으로 준다는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렇게 서로 물고 뜯으며 진흙탕 싸움이 된 마나베 사건은 아직도 재판중이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연예인 마나베 가오리 쪽이었다. 지적인 미녀 탤런트, 일본에서 가장 많은 네티즌을 몰고 다니는 블로그의 여왕으로 인기가 높았던 마나베는 소송 사건 이후 tv 출연이 급격히 줄었다.
일본 연예계에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여, 스캔들을 일으킨 탤런트는 일단 멀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억울한 상황이라도 맞고소를 하며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사건을 일으킨 이상, 까다로운 방송국이나 광고주는 고개를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소속사와 방송국과의 끈끈한 로비가 이루어지고 있어, 트러블을 일으키면 소속사의 압력으로 연예인의 설 곳이 줄어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방송사에서는 '깐깐하고 쓰기 어려운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로 낙인찍어 연예계 생명이 끝난 경우도 허다하다.
▲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에 계약종료 통지를 보내며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오구라 유코 ©jpnews /kouda takumi | |
최근에는 마나베와 같은 소속사 연예인인 인기 그라비아 모델, 탤런트 오구라 유코(27)가 지난해 11월 계약종료 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오구라 유코는 소속사가 본인 확인 없이 스케줄을 넣는 등 일방적인 행동으로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며 소속사 탈퇴를 선언.
그러나 앞서 마나베 가오리가 소속사와 얼마나 힘든 싸움을 벌이고, 뒷말이 무성한 연예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계약종료 통보를 하는데 망설였다고 한다. 한 때는 계약종료 이후 연예계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만큼 일본은 소속사와 문제를 일으키는 연예인, 이적하는 연예인에 대해서 따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소속사를 떠나지 못하는 연예인이나 원하는 대로 이적을 하고서도 활발한 연예활동을 하지 못하는 연예인들이 수없이 많다. 트러블이 적은 것이 아니라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물론, 한국 연예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연예인 수입배분 문제도 일본에 다수 존재한다. 많은 소속사들이 소속 연예인에 대해, 톱스타가 되기 전까지 월급제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방송노출이 많고, cf를 찍고, 음반을 판매해도 한달에 50만엔 이하 월급을 받는 일본 연예인은 수없이 많다.
모델이나 개그맨은 스타가 되기 전까지 한달에 10만 엔 이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속사에 반기를 들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그나마 방송에 얼굴을 비추려면 소속사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카라 사태가 일본에서 연일 톱뉴스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니혼tv 정보프로그램 '슷키리'의 mc 테리이토는 이런 말을 했다. "아이돌은 대중에게 꿈을 주는 존재이다. 그런 아이돌이 돈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것은 과연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보수적인 일본 방송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