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흘리는 일본인의 모습, 아무리 슬퍼도 가볍게 눈물을 훔친다 ©jpnews/야마모토 히로키 | |
'일본인은 타인 앞에서 울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어렸을 때부터 타인 앞에서 지나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도록 교육받는 일본인은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환호해서는 안되고,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울부짖어서는 안된다. 물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겸손한 사람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감정표현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스포츠 선수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면, 지금은 기쁨을 만끽하며 엉엉 울어버리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 22일 아사히는 신문 모니터회원 4070명을 대상으로 일본인의 눈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년 안에 운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7%의 일본인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눈물의 횟수는 2~3회 정도가 42%로 가장 많았고, 4~10회 정도가 28%, 그 이상이 약 19%로 나타났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서는 가장 많았던 것이 'tv, 영화 등을 보며 눈물 흘렸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책이나 신문에서 감동을 받아서', 세번째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서'로 나타났다.
눈물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포괄적으로 보면 '감동의 눈물'이 가장 많았고, '슬퍼서'가 두번째, '감정이입'이 세번째, '분하고 억울해서'가 네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보면, 일본인은 감동의 스토리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최근 5년 간은 일본의 '눈물, 감동시리즈 열풍'으로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강화, 엔돌핀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송, 신문, 영화, 책 등 다양한 컨텐츠가 일부러 '울리는' 소재를 찾아헤매기도 했다. 그런 영향인지, 일본인은 슬퍼서 우는 것보다 tv를 보며 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면 타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했을까. '성인이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가' 조사를 한 결과, 66%의 일본인은 '아니다'라고 대답했고, 34%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눈물에 관대해진 요즘도, 열 명 중 셋, 넷은 '남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눈물을 보일 수 있는지 질문하자, 압도적으로 많았던 응답이 '배우자'였다. 그러나 두번째로 많았던 응답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는 것. 부모, 동성친구, 자녀, 형제 앞에서는 울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에 비해 우는 모습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는 응답이 더 많았던 것은 아직까지 일본인은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문은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눈물을 참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니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마음껏 울어라'라고 조언하고 있다. 마음껏 울라고 조언을 하면서도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일본인, 이것이 바로 일본인이 아무에게도 눈물을 보일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한다.